지난 6월 이곳으로 이사한 이후로 시름시름 앓기를 반복하는 나를 보다못해 남편은 햇살아래로 나를 끌고 나갔다. 그는 뛰고 나는 걸었다. 햇살이 나의 정수리와 어깨와 관절관절을 만지는 느낌이었다. 싫지 않았다. 그 와중에 아이패드를 들고 나가 웹툰 배경이 될 만한 장소를 찍으면서 오늘은 살살 걸어다녔다. 남편은 헉헉거리며 트랙을 한번 돌다가 나와 마주칠 때마다 씨익 웃으며 "오늘은 무리하지마."라고 한마디하고 휙 지나간다.
트랙은 400m는 족히 되어보였는데 우리집에서 트랙까지 걸어가는 거리도 잰 걸음으로 10분정도 걸어 도서관을 지나서 바로 마주할 수 있다. 가는 길도 잘 정돈되어 있고 트랙을 벗어나도 달리고 산책하기에 좋도록 군데군데 벤치도 있고 나무와 풀이 아름답다. 지척에 이렇게 움직일 수 있는 곳을 두고도 출퇴근하는 시간 외에는 방에 콕 박혀서 컴퓨터를 끼고 쪼물딱거리고만 있었으니 삭신이 쑤시고 병이 날만 했다는 생각이 든다.
오후에 출근하는 덕분에 우리는 평일 오전의 따뜻한 햇살을 우리의 등에 이고 트랙과 예쁜 길을 전부 차지할 수 있었다. 이따금씩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젊은 엄마들이 눈에 띄긴 했지만 그들은 아이들이 움직이기 좋은 -아이들은 뛰다가 엄마품으로 금새 달려들 수 있는 -아담한 공간에 옹기종기 모여 있었기 때문에 온통 사진찍기에도 좋았고 멋대로 방향바꿔 돌아다니기도 좋았다.
남편과 나는 어느새 땀이 났고 1시간정도 계속되었던 남편에게는 운동, 나에게는 나들이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개운하게 씻고 곧 점심을 먹으러 나가려고 한다. 외식을 잘 안하는 편이지만 골골거리는 마누라를 위해 고기를 쏘시겠단다. 기숙사에 있을 딸내미와 같이 하지 못하는 것을 살짝 아쉬워하며 아들과 함께 간만의 외식이다. 입맛도 없고 먹고싶은 것도 없더니 얼른 가서 칼칼한 게장과 함께 고기가 먹고싶어진다. 게으름을 떨치고, 아니 일에 대한 과중한 부담감을 떨치고 한주에 두세번은 운동을 나가야 겠다. 입맛도 돌아오고 기운이 없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활력이 생겼다고나 할까.
당장 컴퓨터앞에서 뛰쳐 나오라! 일단 밖으로 나가서 햇살이라도 온몸에 흠뻑 받아보라! 덜 아프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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